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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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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관장 경남신문 칼럼
망중한(忙中閑)
                                                                거제박물관장 황 수 원
일찍 잠이 깨어 옆 산에 등산이나 할까 망설이다 그간의 장마로 사무실 청소나 해볼까하고 발길을 돌렸다.
사무실은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와 장마철에 환기가 제대로 안된 탓인지 퀴퀴한 냄새가 섞여서 난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천정과 모서리의 거미줄을 걷어냈다. 거미줄은 날마다 걷어도 아침이면 다시 생긴다.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걸레로 대충 책상과 소파를 닦았다. 소파에 잠시 앉아 오늘 하루의 일과를 생각해 본다. 요즘은 휴가철이라 손님들이 심심찮게 박물관을 찾는다. 찾는 손님들에게 거제도의 관광지와 역사나 문화를 설명하기도 하고, 오래된 유물의 내력과 만들어 질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우주관들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박물관의 일상적인 사무와 겹쳐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 잠시 꽃이 피어 화려해 보이는 봄은 소리가 아니라 눈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되고, 가을은 맑고 높은 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을 통해 그 계절을 읽게 된다.
그러나 여름은 내게는 눈이 아니라 귀로 오는 것 같다. 매미소리와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리면 성하(盛夏)의 계절이 된 것을 알아챈다.
올 해에는 유난스레 비가 잦은 것 같다. 7월도 끝 무렵인 아직도 장마가 걷히지 않으니 맑은 하늘을 보려면 8월이나 되어야 할 모양이다.
갑자기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매미소리가 시원스레 들어온다.
비가 자주와서 매미소리를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아침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내 여기 있소.”라고 하는 친구의 목소리인 양 들린다.
간단없이 들리는 ‘쐐~’하는 매미소리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정답다. 문득 내 귀에 익은 몇 가지 그리운 소리 중에 매미소리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언젠가 아내에게 밤중에 두견새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싶다는 소리를 했는데, 그 두견새의 울음에 담긴 이야기도 그러하려니와 인적 끊어진 조용한 밤중에 홀로 부르는 그 소리는 서글픔과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의 노래이다.
풀숲을 헤치고 ‘졸졸졸’ 흘러가는 작은 여울의 물소리와 들판에서 송아지를 부르는 어미소의 ‘움머~’하는 소리, 자식을 낳고 돍이 막 지났을 무렵 눈을 마주보며 ‘깍꿍’하고 소리치면 ‘까르르’웃던 소리등은 세상의 그 어떤 음악보다 의미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정신을 안정시키거나, 삶의 의욕을 북돋우거나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기쁨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소리를 그리운 소리라고 말한다.
두견새 소리를 좋아하지만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계절이 지나면 저 물소리도 이 매미의 소리도 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송아지를 부르는 어미소의 소리도, 이미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에서 옛날의 그 헤맑던 웃음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좋아하지만 쉽게 들을 수 없어서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창문을 통해 한줄기 상큼한 바람이 덤으로 들어온다. 하늘이 이내 흐려지더니 한 웅 큼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매미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사라지고. 책상위의 전화기에서 벨이 요란스레 울린다.
반사적으로 집어든 수화기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는데 어디요?. 빨리 식사하러 오이소.’
나의 망중한(忙中閑)은 여기서 끝난다. 또 어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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