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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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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전하는 사랑(경남신문칼럼-관장)
벌써 하늘이 높아 푸르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햇살이 곡식과 과일을 익게 한다.
멀리서 단풍소식과 함께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돌이켜 보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던 물소리에 귀 기울이다, 초록의 새싹과 바람에 흩날리던 꽃의 눈(花雪)을 보고, 술 한 잔과 시 한수를 마다않던 시간이 아름다운 사진처럼 기억속에 남아있고, 녹음(綠陰) 짙은 한 여름의 부채바람을 귀히 여기던 그 추억도 내겐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이제 다시 울긋불긋한 단풍과 겨우살이로 분주해질 계절이 다가온다.
번다하고 아리고 매운 세상살이를 밟으면서 한 해의 끝자락이 될 계절은 무심히 또 이렇게 다가온다.
일 년을 두고도 이렇게 계절이 변하면서 한 해를 마감하듯이 사람의 한 평생도 소년에서 시작하여 장년과 노년을 거쳐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되는 삶에 예외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간 우리들의 삶에 기대와 기쁨, 호기심과 열정으로 채워진 시간들이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청춘(靑春)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의 어느 젊은 특정한 시기에만 있는 신기루 같은 것으로 생각하곤 했다.
노년을 향해 갈수록 가슴 뛰는 흥분과 삶에 대한 환희가 멀어진다고 생각하고, 혹여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 때면 나이에 맞지 않은 철없는 망상이라고 스스로를 얽어맨다.
‘저 낙엽 떨어진 나무를 보라. 그들은 이미 계절의 변화에 맞춰 이파리를 떨구어 내고 겨울의 추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인생도 그런 변화를 기꺼이 맞아들이는 현명함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가 잎사귀를 떨구어 내고 저렇게 온 몸으로 겨울을 받아냄은 자양분을 비축하여 봄에 새싹을 틔우기 위함이고 다시 맞게 될 무성한 숲과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 있어 나이가 든다고 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점잖게 늙어가는 것도 아니며, 현명한 것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이라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늘 흥분과 기대, 기쁨과 호기심으로 시간을 채워 넣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것이든 사물에 대한 것이든 모든 것은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면 그곳에 우리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열정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가끔 읽는 시(詩)중에 이런 것이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장밋빛 뺨, 붉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
때로는 이십 세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우리가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理想)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
문득 주위를 돌아보면, 어느새 주름살이 늘고,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친구가 해묵은 술독처럼 곁에 앉아 있다.
초롱초롱했던 눈빛은 흐려지고, 그렇게 야무졌던 꽉 다문 입술은 벌어지고 처진 모습이다.
해마다 가을이 왔고, 그리고 겨울을 거치고 우리는 봄을 함께 맞았다. 올해도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을 맞는다. 이 가을, 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더 이상 함께 늙어 가지 말자고, 그리고 함께 젊어지자고. 그리고 그 방법을 내가 알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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