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에게 격려가 필요한 계절- 황수원(거제박물관장)
추위가 어느새 옷 속으로 파고든다. 연일 보도되는 신종플루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에 너도 나도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추위를 걱정하듯이 조선업과 관광업의 불황은 다른 연관 산업의 위축을 초래하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어 버린다.
올해에 우리 재단에서는 노동부의 지원으로 (예비)사회적 기업인 관광인력양성사업과 관광기념품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했고, 관광인력양성사업은 내 고장 바로 알(리)기 사업으로 시청과 교육청의 협조를 구해 여러 단체와 학교에 홍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기념품 제작 사업은 아직도 투자만 계속되고 있고 이렇다 할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박물관을 만들고 문 닫지 않고 이를 운영해왔던 지난 20년의 세월도 녹록지 않은 세월이었지만, 제조를 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요즘 일은 내겐 또 다른 도전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이다. 잘될 것 같다는 예측으로 출발했지만 계절적 요인과 신종플루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하고, 열심히 매출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지만 아직은 손에 잡히는 것들이 없다. 판매선을 찾아 돌아다니다 사업장으로 돌아와 보면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유를 갖고 일하자고 해도 당장 매출이 있어야 여기저기 돈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해결 될 텐데 매번 호주머니 돈을 털어내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전 재산을 털어 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이 주변에는 많이 있다. 일이 잘되어 돈을 벌면 다행이겠지만, 돈을 벌기까지의 숱한 난관을 이기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돈을 벌어서 종업원의 월급도 챙겨 주어야 하고 위기에 대처할 기업유보도 해야 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도 해야 한다. 생산한 것을 판매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홍보와 접대를 하기 위해 상대의 일정에 맞춰 자신의 모든 시간을 내어줘야 한다.
기업이 쓰러지면 종업원도 갈 곳이 없어진다. 실직한 종업원과 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다. 기업환경이 어려운 요즘, 기업가들이 애국자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고용이 줄고 생산이 줄면, 소비도 줄고 소득도 준다. 기업의 이윤이 줄면 투자도 줄고 고용도 준다. 이런 순환의 고리를 대부분 이해하면서도 일선의 기업들이 겪는 구체적 어려움을 외면해 온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일 것이다. 이윤의 사회 환원이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나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장을 짓지 말라고 데모를 하기도 한다.
해당 지역 주민의 반기업적 정서를 부추기고 다니는 단체도 있다. 그리고 정치인은 표에만 급급한 나머지 다수가 모이는 자리에 모여서는 뭐든 다 들어준다고 하고 다닌다. 관료는 민원 발생을 이유로 기업가에게 쉽게 손을 들어 주지도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을 하려고 하면 종합적 해결 능력 없이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회사 내적인 문제나 본연의 업무 문제만으로도 고민하는 것이 힘든데, 때로는 지역주민과 때로는 NGO단체들과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정작 기업가가 공장 문을 닫거나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해 버리면 뒤늦게 후회도 하지만 아무도 책임질 사람은 없다.
지난 세월 동안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는 수많은 부류의 단체들이 결코 실현되지도 않을 달콤한 말로 노동자를 유혹하고, 농민을 현혹하며 우리 이웃을 분열시켜 온 것을 보아 왔다. 그 와중에 아직도 굳건히 버텨온 기업가가 존경스럽다. 지금은 우리가 보다 현명해지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침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선에 기업이 있다. 기업이 무너지면 기업가 한 개인의 몰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결코 기업하기 쉬운 환경이 아니다. 모든 것이 어려운 지금, 그들에 대한 이해와 따듯한 한마디의 격려가 기업의욕을 북돋우고 우리 사회를 한층 발전시키는 거름이 될 것이다.
황수원 거제박물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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