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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숙  
200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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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 생각해본 문화 -관장님 칼럼
한 해의 끝자락에 생각해본 문화

황수원(거제박물관장)

2009년 12월 22일 경남신문


한 해가 끝나고 있다. 돌이켜 보면 2009년을 시작할 때 많은 계획들이 있었고,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적절히 분배해 놓았는데, 하반기는 신종플루 때문에 일은 제대로 되지 않고 힘은 힘대로 든 한 해였다.
박물관이란 곳은 어차피 문화라는 단어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문화라는 단어는 인간의 육체적이거나 지적인 활동과 또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박물관사업의 많은 부분은 사람을 모으고, 지식을 전달하거나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문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또는 ‘왜 문화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사전(辭典)적이거나 학술적인 정의를 가지고 문화를 설명하다 보면 그렇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지 별로 반응이 없다. 아마 이런 상황은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다른 분들도 종종 접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화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같다. 자주 입다 보면 너무 편안해지고 그래서 특별한 느낌이 없이 그냥 입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옷을 벗고 살 수는 없듯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필요성에 대해 그렇게 강조되지 않는 것이 문화이다. 또 어떤 이는 ‘문화란 공기와 같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공기가 없으면 죽으므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말일 것이다.

인간이라는 영장류가 먹고 마시고 활동하는 모든 것들을 문화라는 단어 속에 넣을 수 있고, 문화란 경험한 것을 학습을 통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행위를 통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척도이며, 인간이 인간성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고안한 모든 제도와 습속이 문화라는 하나의 말 속에 포함된다. 인간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인간을 만들거나 지배한다는 말도 있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고, 창조된 문화에 의해 인간이 학습되어 적절한 사회생활을 해나간다는 말일 것이다.

문화란 정글이나 망망대해에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나침반이고,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길을 밝혀주는 불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생선을 날것으로 먹을 수 있고, 옷을 벗고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생선을 날로 먹으라거나 옷을 벗고 살아야 한다면 그 불편함은 차라리 고통일 것이다. 문화란 생선을 요리해서 먹는 것이고, 몸에 맞는 편안한 옷을 입는 것이다. 문화란 비오는 날 우산을 쓰는 일이고, 내가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행위이다. 문화란 사랑받고 싶은 남성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여인의 화장술이고, 마음이 끌리는 여성에게 건네는 온화한 미소이며, 어려운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의 말이다.

또한 문화는 인간의 왜소함을 알고 절대자를 향해 구원을 기도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인간이 이룩한 업적의 위대함에 가슴 뿌듯해하는 심정이기도 하다. 문화는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참회하거나 타인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더 이상의 잘못을 하지 못하게 타이르는 행위이기도 하고, 꽃과 나비와 숲을 보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의 상태이기도 하다. 문화는 역사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간을 최상의 상태로 이끌려는 부단한 자기 노력의 과정이며, 집단을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문화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나아가 진보와 퇴보를 구분하고 진보를 향한 추동력을 제공하는 에너지이다. 문화는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 내 가슴 속에는 도덕률’이라고 한 칸트의 고백이기도 하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겨우내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듣는’ 7080세대의 애창곡의 가사이기도 하다.

그렇다! 문화는 생활이며, 금붕어를 살리는 어항 속의 물이다. 인간이라는 단어 속에는 문화라는 본질적 속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신은 인간인가?’하고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뭐라고 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소, 인간이오’라는 대답을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별 미친 소리를 다한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불쾌한 감정으로 당신 곁을 지나갈 것인가? 마찬가지로 “당신에게 문화는 어떤 가치가 있나?” 아니면 “왜 문화에 투자를 해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역으로 “당신은 인간이오?”라고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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